나는 기억력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학창 시절에도 외우는 과목은 항상 어려웠다. 구구단을 외우는것 조차 남들보다 한참 느렸다. 그래서인지 나의 초딩 시절 성적은 항상 뒤에서 맴돌았다. 성적표에 부모님의 도장을 받아오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어머니 몰래 성적표에 도장을 찍어간적도 있다. 내 성적표는 '양'과 '가' 가 대부분이었다. -.-;

중학교 3학년때는 담임 선생님이 수학 담당이었는데 토요일 오전 수업이 끝난 후에는 수학 공식과 영어 교과서의 대화문 Dialogue 를 외워서 통과해야만 집에 보내주었다.

외우는걸 못하는 나는 마지막까지 통과하지 못하고 토요일 오후 늦게까지 남아 외우기를 해야 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고서는 외우는걸 좋아하지 않는 나의 선택은 당연히 이과일 수 밖에 없었다. 이상하게 수학은 재미가 있었다. 상을 타지는 못했지만 수학경시대회에 나가기도 했다. -_-;

고등학교를 벗어났다고 외우는게 끝나지않았다. 외우는 건 대학교를 가서도 군대를 가서도 직장에서도 항상 나를 괴롭혔다.


전체를 기억을 못하기 보다는 일부만 생각나는 경우가 많다.

어떤 드라마의 배우 이름이 성이나 이름 일부만 기억난다거나 특정 회사의 이름중 일부만 생각나기도 한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것보다는 낫긴 하지만 일부만 기억하는건 내가 집중을 잘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인간 심리에 관한 수업들을 듣다 보니 기억력이 좋다는게 항상 좋은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잊고 싶어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 역시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있다. 하지만 오래 두지는 않는 편이다. 이럴땐 기억력이 좋지 않은게 도움이 되기도 한다.

누구나 좋지 않은 기억들은 갖고 있다. 스스로 그 기억들을 순화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고 잠시 기억 저편에 묻어 둘 수도 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것들이 계속 떠오른다면 정신이 이상해지거나 삶이 너무 괴로울거 같다.

내가 기억력이 좋지 않은게 남들에 비해 불리하긴 하지만 괴로움을 빨리 지울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기억이 좋은것과 나쁜것... 어떤게 더 행복한 것일까?

망각은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