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에서는 어느집도 애완동물이나 가축을 기르지 않는다.

동네가 조용해서 너무 좋다. 들고양이들은 돌아다닌다.


3일 전 아버지께서 진도개 한마리를 데리고 오셨다.

암컷인데 아직 1년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잘 먹지 못했는지 비쩍 말랐다.


아버지는 밭에 멧돼지와 고라니들의 피해가 있어서 개를 밭에 두려고 하시는 모양이다. 이제 겨울이 얼마 남지 않아 추워지는데 ..

아무래도 집 마당에 키워야 할거 같다. 혼자 밭에 두는건 너무 잔인한거 같다.

이제 우리집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겁을 잔뜩 먹었는지 차가 지나가면 도망가거나 숨기도 한다.

요즘 밤에는 기온이 많이 떨어져 추운거 같아 무릎담요로 사용하던 걸 가져다 주었다.

사료를 줘도 잘 먹지 않는다. 내가 먹던 걸 주면 잘 받아 먹기는 한다.

몇번 먹을걸 줘서인지 내가 다가가면 꼬리를 흔들기도 하고 몸을 발라당 뒤집어 이뻐해 달라고 반가운 내색을 한다.


오늘은 밭에 데리고 나가면서 개도 데리고 나갔다.

밭에서 줄을 풀어 놓아도 낯선 환경이 무서운지 내 곁에서 멀리 가지 않는다.

집까지 돌아오는 길에서는 처음 가는 길은 가려고 하지를 않고 버틴다. 목줄을 다시 해서 끌어도 안가려고 한다. 차 소리가 들리니 왔던 길로 멀리 도망간다. 따라가서 쓰다듬고 달래도 가려고 하질 않는다. 결국 개를 안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몇일동안 함께 지내면서 이 개는 한번도 짖지 않았다. 순한건지 아직 겁을 먹어서 그런건지..

지나가는 동네분들은 무슨 개가 짖지도 않냐고 한마디씩 하신다.

너무 짖어도 시끄럽긴 하지만 너무 안짖으니 걱정스럽기도 하다.


애완동물을 키우는것 자체가 동물을 괴롭히는것 같아서 개를 데려오는걸 극구 반대했는데 이제 어쩔 수 없이 한 가족이 되었으니 이 개가 전에 있던 곳보다는 더 편안하게 우리와 생활했으면 좋겠다.

개 목줄도 새로 구입했고 아직은 박스로 임시 거처를 만들어 주었지만 아버지 지인께서 개집을 만들어 주신다고 하셨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아직 이름도 지어주지 못했다. 이름을 뭘로 할지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