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4월도 반절이 넘어 후반으로 향해가고 있다.

몇일 사이로 봄날씨답지 않게 눈이 오기도 하고 한여름 날씨처럼 30도 가까운 더위로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는데 오늘은 한여름 장마처럼 하루종일 비가 쏟아진다.

써니가 이곳에 처음 온건 11월초이다. 이제 거의 반년을 나와 함께 이곳에서 지냈지만 가끔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고 제멋대로인걸 보면 아직 서로 뭔가 마음을 통하고 하는 친구가 되지는 못한거 같다. 나도 써니의 마음을 알아채주지 못하는듯 하고..

요즘 써니는 밭에 일할때 항상 데리고 나가서 밭의 한켠에서 같이 시간을 보낸다. 졸리면 자기도 하고 .. 주변을 산책하기도 하고 같이 물뜨러 다녀오기도 하고.. 오후에 일을 마치고 나면 집으로 다시 같이 걸어온다.

10시가 넘은 밤늦은 시간에는 잠시 자유롭게 달릴 수 있도록 풀어서 같이 1시간 넘게 산책을 나간다. 자정이 넘어 집에서 출발하는 경우도 많다. 다행히 늦은 밤 시골의 들판에는 다니는 사람이 없다. 산과 밭이 있는 들판에서 고라니를 발견하면 쫓기도 한다. 산소들이 있는 곳을 지날때면 좀 기분이 묘하긴 하지만 그리 신경쓰지는 않는다. 남들이 나를 보면 좀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한밤중 개와 산책이라니 ㅎㅎ



아침이면 항상 써니의 눈꼽을 떼어준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항상 눈꼽이 끼어있다. 얼마전 써니의 눈꼽을 떼다 보니 눈 주위에 왠 벌레 한마리가 보인다. 써니의 몸에서 떼어 자세히 보니 진드기이다. (사실 진드기는 분류학적으로 곤충(다리 3쌍)처럼 보이지만 다리가 4쌍으로 거미와 같은 절지동물문에 속한다고 한다) 진드기는 개의 몸에 붙어 피를 빨아먹는듯 보인다. 피를 빨은 진드기는 몸이 터질듯 부풀어 올라 있다. 뚱뚱한 진드기를 죽일때 몸이 터지며 흩날리는 검은 액체가 나에게 튀기도 한다.

써니의 몸을 여기저기 살펴보았다. 생각보다 진드기가 많이 보인다. 일단 써니의 몸에서 진드기를 한마리씩 잡기 시작했다. 해도 해도 끝이 안보인다. 써니의 눈 주위부터 시작해서 콧등, 입주변, 귀, 목, 배, 꼬리, 똥꼬, 다리 등 진드기가 없는 곳이 없다. 몇시간을 쪼그리고 진드기를 잡았다. 어느정도 잡은듯 해서 일어나니 다리가 저리고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진드기 퇴치를 위해 써니의 집과 써니의 몸에 진드기 기피용 스프레이를 몽땅 뿌려주었고, 요즘엔 매일 틈나는 대로 써니의 몸에서 진드기를 잡고 있다.



얼마전에는 써니의 첫목욕을 시켰다. 화장실에 데려가 일단 문을 걸어 잠궜다. 써니가 생명의 위협을 느꼈는지 두려움에 다리를 떨고 있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래 보아도 두려움이 가시지 않는듯 하다. 샤워기의 물을 틀어 목욕을 시작하니 더 겁을 먹었다. 결국 응가를 하고 말았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응가를 하는 듯 하다. 냥이도 처음 목욕을 시킬때 응가를 했는데 .. 

구석으로 숨으려 하는 써니를 우여곡절끝에 목욕을 겨우 다 했다. 

처음 목욕이라 써니도 겁을 먹었겠지만 이제 다음부터는 익숙해질거라 생각한다.

한여름 날씨라서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두니 써니의 젖은 몸도 금방 말랐다. 이제 점점 기온이 오를테니 자주 목욕을 시켜야 될거 같다.

한번의 목욕으로 냄새가 없어질거라 기대가 무리이긴 하지만 목욕을 해도 개에게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목욕한 날 밤 산책에서 갈아 엎은 논을 뛰어다니다. 진흙을 몸에 묻히고 돌아왔다. -.-; 


목욕 이후로도 진드기와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내가 진드기를 잡는 속도보다 번식하는 속도가 더 빠른지 잡아도 잡아도 계속 진드기가 보인다.

정말 다행인건 써니가 흰털을 가졌다는 것이다. 검은 진드기는 흰털 사이에서 잘 눈에 띈다. 다른 색이였더라면 진드기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을거 같다.


진드기가 개의 부위중 특히 많이 숨는 곳은 정해져 있는 듯 하다. 

귀와 발가락 사이, 발뒷꿈치, 발톱과 닿는 부위, 배 부위에서 진드기가 주로 발견된다. 체온이 높은 .. 유지되는 그런 곳이 진드기가 좋아하는 곳인듯 하다.

요즘에도 진드기가 몇마리 발견되기는 하지만 그리 많지는 않다. 

앞으로 자주 목욕을 하고 계속 진드기를 잡아 제거하다 보면 언젠가는 사라질 날이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