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계란 살충제 파동과 쌀에서 발견된 농약 등 언론 보도로 농약에 관심들이 많은 듯 하다.

나 역시도 농약의 심각함을 학교다닐때부터 익히 들었던 지라 무조건적인 농약의 의존은 그리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농업의 현실은 농약 없이는 상품으로서의 판매가 거의 불가능하다.

사과 배 포도 등 과실이 열리는 과일나무의 경우 농약을 하지 않으면 판매는 둘째치고 거의 먹을만한게 없을 정도로 병충해의 피해가 심각하다. 과일보다는 덜하지만 다른 곡류 및 채소류도 마찬가지이다. 쌀을 비롯해 콩, 팥과 고추, 배추 등 채소들도 병충해의 공격에서 안전하지 못하다.

물론 환경에 덜 유해한 농약을 사용하거나 친환경적인 병해충 방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작은 규모를 경작할때는 시도해 볼만 하다. 하지만 대량 생산 체계로 확대되는 농업환경에 지금은 병해충 방제에 농약 만큼 경제적이고 손쉬운 방법은 없다.


우리가 재배하는 작물들에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거나 반드시 해야 하는 경우라도 최소한으로 피해가 적도록 사용한다.

제초제를 해도 워낙 잡초들이 빨리 자라고 죽지 않고 무성해서 다른 분들에게 물어보니 제초제 용기에 표시된 사용량의 2배~3배는 해야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씀하시기도 한다. 봄에 종종 남의 논두렁에서 쑥을 캐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그 쑥은 농약 범벅일 가능성이 크다. 그 논의 주인도 논두렁의 쑥은 먹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말릴 수도 없고 난감하다.


고구마는 그래도 다른 농작물에 비해 농약을 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도 고구마도 피해를 주는 것들이 있다. 땅속에서 굼벵이들이 고구마를 먹어 상하게 한다. 그래서 어떤 농가에서는 피해가 심각해 굼벵이 제거를 위해 토양에 농약을 처리하기도 한다. 토양에 농약을 처리하면 굼벵이들은 사라지고 고구마들은 깨끗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먹을 고구마라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얼마전 콩과 팥을 수확했다. 농약을 전혀 하지 않아서 병들거나 상한 콩과 팥들이 엄청 많다. 상한 콩들을 골라내는 것도 간단한 일이 아니다. 많지 않은 양이기에 가능했지 대량으로 재배하는 경우에는 멀쩡한 콩을 골라내는 일이 간단하지는 않을 듯 하다. 현재 콩과 팥의 판매 가격을 생각하면 상한 콩을 골라내는 노동의 값 조차도 어려울 듯 하다. 

남들이 수확한  콩과 팥은 전체적으로 깨끗해서 선별하기도 간단해 보였다. 근데 우리 콩과 팥은 왜 이리 상태가 안좋은게 많냐고 하니.. 농약을 하면 깨끗해질거라고 하신다. -.-;


농약을 하지 않고 키운 콩을 선별 후 판매하게 된다면 기존 콩에 비해 얼마에 팔아야 하는가? 겉보기엔 별 차이가 없다. 둘다 깨끗하다. 하지만 농약을 하지 않고 키운 콩은 선별하는데 드는 노동과 시간, 선별로 인해 상당한 양이 줄어들었다. 농약을 한 콩은 농약값과 살포비용이 들어갔다. 하지만 이 둘은 같거나 비슷한 가격으로 평가될것이다. 대부분 무슨 차이냐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것이다. 모든 비용을 포함해 가격이 정해진다면 당신은 어떤 콩을 선택할 것인가?


자급 자족 정도의 작은 규모의 농사를 해도 상황이 이런데 대량 생산에서는 그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날 것이고 가장 비용이 적게 들고 효과가 큰 농약을 사용하는게 물질 만능의 현 시대에는 당연해 보인다.

환경은 소비자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누굴 탓할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