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를 처음 만난건 지난해 11월이었다. 

낯선 이곳에 처음 와서 잘 먹지 못해 앙상한 몸으로 두려움에 떨기도 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개월을 함께 보냈다.

처음에는 집 뒤에 집을 마련해 주고 개줄로 묶고 생활하다가 봄이 되고부터는 밭으로 집을 옮겨 놓고 개줄도 묶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도록 했다.

밥은 매일 하루에 두세번 가져다 주고 밭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도 많았다.



오늘도 여느 다른 날과 같이 써니에게 식사를 가져다 주러 밭에 갔다.

평소에는 내가 밭에 가면 쪼르르 달려 나오던 써니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근처를 돌아다니느라 내가 오는걸 모르는걸까 싶었다. 한참을 불러봐도 써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집에 돌아와 한시간쯤 후에 다시 밭에 가보았다. 역시 보이지 않는다. 근처 늪에 빠진건가 싶기도 하고 밭 근처를 지나던 사냥꾼이나 개장수가 잡아간건 아닐까 걱정도 되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써니는 오지 않았다.


아버지께서 오후에 써니에게 간다고 밭에 가셨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오셨는데.. 써니가 밭 위쪽 숲풀에서 죽은채 발견되었다고 한다. ㅠ.ㅠ

지난 밤중에 많은 너구리들과의 싸움에서 당한 모양이라고 한다. 써니 정도면 너구리는 쉽게 제압하거나 물리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서 별로 걱정하지 않았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 

이렇게 갑자기 써니가 죽었다는게 믿기지도 않는다.


써니가 너구리에게 당하고 있을때 내게 도와달라고 소리를 냈을텐데 내가 알아채지도 못하고 도와주지 못한게.. 너무 미안하다.


아버지께서는 써니를 밭 한켠에 잘 묻어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린듯 하다.

함께 했던 동안 써니를 많이 좋아했는데 좀 더 잘해주지 못한게 미안하다.

다음 생에서는 어떤 모습일지 모르겠지만 행복하기만 했으면 좋겠다.


안녕 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