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명절에 차례나 제사를 지내지 않아 명절이 되어도 음식 장만을 하지 않는다. 흔한 송편마저도..없다. 그래서 명절이 평소와 다를바가 없다. 이번 추석에도 당연히 집에 가야하고 명절에 가족들과 먹을거리를 생각해보니 쇠고기 만한게 별로 없다.

어제 가족들과 먹을 쇠고기를 구입하러 시장에 있는 정육점에 갔다. 대형 마트에도 고기를 판매하지만 대부분 거세 숫소이기도 하고 가격도 너무 비싸다. 나는 구이 부위는 거세 한우보다는 암소를 선호한다. 정육 식당에 가면 집에서보다 도리어 고기를 별로 못먹는다. 등급만 좋은 고기를 판매하다보니 등급이 잘 나오는 거세 한우를 판매하는데 맛은 하나도 없고 느끼하고 연하기만 하다. 내 돈 내고 먹는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몇점 먹고 나면 입맛이 없다. 지난해 어느 정육식당에 갔다가 달랑 3점 먹고는 젓가락을 내려놓은적도 있다. =.=; 그래서 고기를 직접 구입할때는 내가 여러 선택을 할 수 있는 시장을 선호한다. 물론 시장에도 사기꾼들이 많으니 명절이 아닌 평소에 어떤 경로로 쇠고기를 구입하고 판매하는지 알고 가면 속을 일은 별로 없다.

등급이 아무 의미가 없지는 않지만 등급에 환장해서 고기를 사는것보다는 차라리 등급이 조금 낮더라도 등급판정서의 암소 나이를 보는게 훨씬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귀찮기는 하지만 이력번호 조회를 해도 되고...) 판매자 역시도 자신이 매입하는 고기에 대해 성향이 있다. 아무거나 준다고 가져다 팔지는 않는다. 자기들만의 구매 원칙이 있고 그 중 하나가 성별, 나이, 사육 장소, 사료 종류.. 등등이 있다. 어떤 마트내의 정육점은 엄청 저렴한 가격에 구입했다고 하면서 구입가격을 보여주길래 왜 이렇게 저렴한지 물어보니.. 마장동의 도매유통에서 기한이 거의 다 되어 가는 제품을 싸게 구입했다고 자랑하던 분도 있었다. 당연히 얼마 안가 망하긴 했지만... 또 어떤 동네 정육점에서는 10살도 넘은 암소 등심을 판매하길래 손님이 구입해서 먹고 뭐라고 안하냐고 했더니.. 손님들이 다 싼거만 찾는 동네라 어쩔수 없단다.. 켁.. 소 뿐만이 아니라 돼지도 해당된다. 앞에 얘기한 이력번호 조회를 해보면 소의 주인 변경 이력을 볼 수 있다. 송아지때 팔려서 쭈욱 한 농장에서 사육되기도 하고.. 이곳 저곳 자주 변경되기도 하고.. 자주 변경되었다고 반드시 나쁜것은 아니고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그냥 참고만 한다.

쓸데없는 얘기는 여기까지..!! 지난 여름 휴가철에도 가족들과 이곳에서 구입한 쇠고기를 준비해갔다. 등심과 특수부위(제비추리, 살치살, 갈비살, 토시살 등등)를 가져갔는데 특수부위가 워낙 부드러우니 입에서 녹는다. 등심도 좋기는 했지만 특수부위와 함게 먹다보니 특수부위에 비해 등심이 질기게 느껴지고 완전 찬밥이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등심은 아예 빼고 특수부위로만 담아 채워달라고 했다. 가족들끼리 먹을거 하고 동생들도 필요하다고 해서 20만원, 10만원짜리 2개 구입했다. 명절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 진공으로 포장해달라고 했다. 보기에는 양이 별로 안되어 보이지만 꽤 많은 양이다. 식당에서 이정도 구워먹으려면 비용이 얼마나 들까..?

이제 명절까지 몇일 남지 않았으니 얼지 않게 잘 보관해서 가져가서 맛있게 먹는 일만 남았다. ㅎㅎ

걱정은 붙들어 매고 맘놓고 쇠고기를 먹어보자!!

진공포장을 해놔서 한덩어리처럼 보이지만 한입에 먹기 좋게 다 손질이 되어 있다. 진공포장을 풀고 한조각씩 불판에 올리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진공을 해놔서 색이 이렇게 보이는 거임. 진공 상태에 있다가 공기중의 산소와 만나면 보기 좋은 선홍색의 고기로 변하니 색이 맘에 안든다는 둥 이러쿵 저러쿵 하지 말자!!

게다가 서비스로 특수부위 손질하면서 생긴 짜투리로 국거리를 받아왔다. 국거리로 주로 이용되는 양지나 목심 부위로 먹는거보다 훨씬 좋을거라고 한다. 가격차이가 있으니 당연한 얘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