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구정 명절이라 부모님 집에 다녀왔다.

예전엔 명절이면 집에 가는게 귀찮고 힘들고 길도 막히고 가고 싶지 않고

왠만하면 안가려고 하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왠만하면 아니 무슨일이 있더라도 가려고 한다.

내가 조금 힘들더라도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기에..

특별히 내가 무얼 하지 않더라도 가서 만나는 것만으로도 기쁜 일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집으로 올라오는 길에 아버지께서 시내까지 태워다 주신다고 한다.

마을 입구에 동네 사람으로 보이는 두사람이 시내까지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계신다.

추운 날씨에 한참을 버스를 기다렸다고 한다.

아버지께서는 태워다 주신다고 마을사람 두분을 같이 태우고 시내까지 동행한다.

어떻게 보면 주는 입장에선 별거 아니지만 받는 사람 입장에선 정말 큰건데..

아버지의 마음 씀에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집에가는 고속버스를 타러 왔는데 너무 빨리 도착했다.

거의 한시간은 남았다.

 

내려오기 전에 이미 예매를 해놔서 별 걱정은 하지 않았다.

 

버스가 오고 자리를 찾아 앉았다..

앞 좌석의 사람이 햇빛을 가리려 커텐을 찾길래 내쪽에 있던 커텐을 넘겨 주었다.

내 자리는 약간 햇빛이 들어왔지만 그냥 내가 좀 맞으면서 가지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버스 출발 시간이 다가오는데 옆자리에서 웅성웅성한다..

버스 맨 뒤 좌석이 자리는 4자리인데 5자리 표가 발권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마지막 번호는 허공에 뜬 상태...

내 번호는 41번...

발권된 번호는 41부터 45번

자리는 41번부터 44번...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사람들과 자리를 빼앗기게 생긴 사람들이 항의하기 시작한다.

내리려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버스 기사는 난감해 한다...

누군가는 내려야 한다.

 

잠깐의 시간 생각해 보았다..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내가 양보하고 기분 좋게 가자..

모두 기분 좋은 명절이 되려면 나 하나만 양보하면 모두 기쁘겠다 싶었다.

 

얼렁 짐을 챙기고 내가 내리겠다고 했다.

그 전까지 시끄럽던 버스 안은 조용해졌다.

아무도 말이 없다..

 

버스 기사의 안내로 내려서 다음 버스를 기다렸다.

다행히 20분 뒤에 버스가 왔는데 자리가 하나 생겼단다..

이 버스에 남은 좌석이 없으면 계속 기다려야 하는데 다행이다.

 

아마 내가 끝까지 버티고 버스에 있었으면 난 마음이 거북해서 올라가는 내내 불편했을지도 모른다.

잠깐 20분만 양보하면 마음 편히 기분 좋게 갈수 있는 것을...

 

버스도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내가 타려던 버스와 시간 차이도 많이 나지 않은 듯 하다.

어쨌든 기분 좋게 다녀온 명질이다.

 

 

남에게 양보한다고 해서 지는것이 아닌데...

좀 씁쓸한 기분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