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능력자이다. 맥가이버가 따로 없을 정도로 집에 고장난 물건을 뚝딱 고치기도 하시고 어렸던 내가 보기에는 너무 대단해 보였다. 요즘엔 농사일과 집수리도 하고 계신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너무 자연스럽게? or 익숙하게 하는걸 보면 젊은 시절 다양한 경험을 통해 배우거나 익힌 것 같다.

어떨때는 대단해 보이는데 또 어떨땐 이게 아닌데 싶은 부분도 있어서 의견 충돌이 생기기도 한다.

그리고 아버지는 다양한 취미를 갖고 계신다. 바로 분재와 수석 모으기이다. 내가 어린 학생이었던 시기에도 시골 우리집 마당에는 정원이 있었고 그 곳에는 다양한 꽃들과 나무들이 심어져 있었다. 소나무, 단풍나무.. 등등 그리고 방안에는 난초들이 가득차 있었다.

난초나 분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돌에도 관심이 많은듯 하다. 오래전 알게된 어떤 분도 비슷한 취미를 갖고 계시는데 우리 아버지도 종종 돌 주으러 강가나 계곡을 찾아 헤매신다. -.-;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학교에서 선생님께서 동네 산에 가서 나무를 가져오라는 과제를 내준적이 있다. 크기도 지정해 주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1미터 정도 크기라고 했던것 같다.그 당시 교내에 큰 돌들을 이용해 분수대를 새로 조성했는데 분수대 주변 조경을 위해 나무들이 필요했던 것 같다.

나는 정원에 무수히 심어져 있던 나무가 생각나서 삽으로 나무를 캐내어 학교에 과제로 제출했다. 아버지에게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얼마 후 아버지께서 나무가 없어졌다고 찾으신다. -.-; 내가 학교에 갖다 줬다고 이실직고 하니.. 다른 나무들 많은데... 왜 하필 그 나무를 가져갔냐고 말씀하신다.

내가 캐낸 나무는 단풍나무였는데 아버지께서 꽤 애지중지하며 키우시던 나무였던 듯하다. 내 눈에도 주변 다른 나무들에 비해 좋아 보이긴 했나보다.

다행히 크게 혼나지는 않고 넘어가긴 했다.

요즘도 아버지와 관광지나 산을 함께 다니다 보면 조경수나 나무들에 대해 얘기하시고는 한다.

얼마전 작은 소나무를 하나 가져왔다. 크기도 화분에 들어갈 정도의 작은 소나무이다. 내가 보기엔 다 똑같아 보이는 나무인데 아버지 눈에는 다르게 보이나 보다.

오늘도 오전에 소나무가 심어져 있는 화분을 볕이 좋은 곳에 옮겨 두고 밤이 되면 얼어 죽지 말라고 방안에 옮겨다 놓으신다.

그러면서 내게 하시는 말이 이 소나무가 잘 자라면 50만원의 가치는 있을거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