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태풍이란 이름만 들었다면 왠지 고함치고 머리 앞뒤로 뒤흔드는 하드락일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음반 표지도 왠지 음침?한게 더욱 그런 분위기가 느껴진다. 하지만 음반을 들어보면 의외로 예쁜 여성의 목소리가 우리를 반긴다. 노래도 뇌태풍이란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을만큼 상큼발랄하다.

어쩌면 이름만 듣고는 그냥 흘려 넘겨 버렸을수도 있지만 이미 내가 알아버렸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음악들이라서 이름이 뭐든 그리 중요하진 않다.

아래의 유튜브의 노래는 뇌태풍의 첫사랑이 생각나는 이밤 이란 노래이다. 여자 보컬의 목소리가 어딘가 낮익다.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인것 처럼..

이 노래를 들으면서 나의 첫사랑과의 기억을 떠올려본다.

내 첫사랑은 대학교 다닐때 MT 에서 만나 첫눈에 서로 눈이 맞은 신입생 후배 여학생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지만 마침 나를 좋아하던 다른 여학생과의 삼각관계를 경험해보기도 했다. 나에게 어찌 이런 시련을.. 어느 학교 행사 후 집에 바래다 주는 길에 내게 좋아한다고 고백하던 그 여학생을 뿌리치고 나는 첫사랑 그녀를 선택했다. 처음 해보는 풋풋한 사랑과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것에 너무 기뻐서 그녀를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할 수 있을꺼 같았다. 매일 매일 만나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를 보는것만으로도 그리고 만나는 순간이 너무 기다려지고 그녀의 손을 잡고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다. 그녀에게 편지를 쓰는것도 즐거워서 하루밤에 여러통의 편지를 한꺼번에 써서 내 마음을 전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나도 그녀도 처음 해보는 사랑이란 감정의 표현에 미숙했었나보다. 몇개월 후 나는 군대를 가게 되었고 힘든 시기를 지날 무렵 내겐 너무 절실히 기댈곳이 필요했던 순간 면회도 오지 않고 연락도 뜸한 그녀가 내게 너무 소홀하다고 오해하기도 했다. 화내기도 하고.. 반복되는 무관심에 지쳐가고 나중엔 급기야 그만 헤어지자고 했다. 군대라는 울타리안에서 내가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자괴감에 그녀를 나에게서 떠나보낸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그녀에게 너무 미안하다. 나중에 제대를 한 후 학교에서 우연히 그녀를 본적이 있다. 하지만 그녀와 나는 서로 모른척 마주쳐 지나갔다. 차라리 아는척이라도 하고 나 때문에 헤어지게 했던 미안한 내 마음을 전해주기라도 했으면 좋았을텐데.. 시간이 오래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항상 그리움과 미안한 마음이 남아있다. 지금에서야 돌이킬수도 어쩌지도 못하긴 하지만 첫사랑이라서인지 미안한 맘이 커서인지 이런 첫사랑의 음악을 들을때면 마음 한켠이 아려오며 그녀가 떠오르곤 한다.

뇌태풍 - 첫사랑이 생각나는 이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