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에 어르신 혼자 사는 집에는 강아지 한마리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초에 아주 어릴때 데려왔는데 지나가는 사람을 봐도 짖지도 않고 엄청 반겨하는 강아지이다. 이제 2살 정도 되었는데 항상 쇠목줄에 묶여 있고 최근에는 밥도 제대로 주지 않는지 뼈가 앙상하고 물도 빗물을 먹고 있는듯 했다. 장마 기간에는 폭우가 오는데도 개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비를 맞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안스러웠다.

지난해 아기때의 모습

보기 안스럽다고 무작정 남의 개를 데려올수도 없는 노릇이고 우리집에는 이미 삼봉이가 있어서 삼봉이를 키우기만으로도 내겐 벅차다. 얼마전 이웃집에서 청소기가 고장난것 같다고 봐달라고 불러서 가게 되었다. 청소기는 큰 문제가 있지는 않았고 한번도 청소를 하지 않아 먼지가 필터를 모두 막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듯 했다. 청소를 다 하고 사용해 보도록 했다.

그리고 나서 넌지시 강아지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강아지가 너무 말랐다고 하면서...

그 어르신은 강아지가 비가 와도 집에 들어가지도 않고 말도 안듣고 보기 싫어서 밥도 안주고 굶기고 있다고 했다. 그랬더니 다른 옆집의 할머니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사료를 가져다 놓는다고 불쾌한 내색을 한다. 그래서 혹시 강아지를 데려가서 키워도 되겠냐고 물어보니 얼른 데려가라고 하신다. 아마 앓은 이가 빠진것처럼 기다렸던 그 말이 반가운 모양이다.

그 이전까지 마음속에 갈등이 많았다. 새로운 강아지를 데려와 키운다는게 얼마나 힘든일인지 알기에... 그리고 이 강아지의 건강 상태도 알지 못하니...

여하튼 이 강아지는 드디어 우리 식구가 되었다.

냄새가 너무 심해서 일단 목욕을 시키고 바리깡과 가위로 뭉친 털들을 잘랐다. 목욕중에도 겁을 잔뜩 먹었는지 대소변을 했다. 목욕을 다 하고 방에 풀어 놓았더니 방 이곳 저곳에 소변을 보기 시작한다. ㅠ.ㅠ

아직 적응이 되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다. 삼봉이는 새로운 친구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듯 하다. 만나자 마자 짖고 달려들고 난리가 났다. 삼봉이를 방에 넣어두고 일단 분리를 해두었다. 첫날은 도저히 함께 둘 수 없을듯 하여 부모님집에 삼봉이를 보냈다. 다음날 다시 데려와 집밖에서 서로 만나게 하여 함께 산책부터 해보았다. 집밖에서는 그래도 달려들거나 짖지는 않았다. 평소에도 지나가면서 보던 강아지라서인지.. 산책이 끝난 후 함께 집안으로 들어오니 이전처럼 짖거나 싸우려는 모습은 다행히 보이지 않았다. 가끔 한두번 짖기는 하지만 심하지는 않아서 지켜보기만 했다. 

둘이 함께 산책 나가는 모습이다. 실외배변을 시키기 위해 산책을 자주 나가려고 한다. 적어도 아침과 저녁에 한번씩은 반드시 멀리 산책 나가고 있다. 그리고 한두시간마다 집 뒷편이나 근처를 나가서 소변을 보도록 유도하고 있다. 집에 들어온 강아지는 겁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건지 강아지의 몸을 만지려고 하거나 사료를 주려고 할때도 기다리다가 소변을 지리는 경우가 많았다. 다행히 방 바닥에 젖을 만한 것들은 없어서 물티슈로 닦거나 로봇청소기를 시도 때도 없이 작동시켜 물걸레질을 시켰다. 물티슈 한통을 몇일만에 다 쓸 정도로 방바닥 청소하기 바빴다. 이제 이 강아지가 우리식구된지 거의 한달이 되어가고 있고 대변은 이제 산책중에만 하고 있고 소변도 실외에서 하고 있다. 삼봉이처럼 자연스럽게 실외에 나가면 바로 소변을 보지는 않는다.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자신이 원하는 위치가 있어야 소변을 본다.

대소변도 이제 어느정도 실외에서 해결하고 있긴 하지만 가끔 소변을 지리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가능하면 소변을 지리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나중에는 먹는것에 대한 기다려도 알려줘야 하는데 아직은 쉽지 않다. 그랬다가는 바로 소변을 지리니...

지금 만큼 된것만 해도 많이 좋아진것이라 생각하고 천천히 하나씩 해나가다보면 좋아질거라 생각하고 있다. 너무 조급해 말자고 생각한다. 

그리고 데려온 다음날 바로 동물병원에 데려갔다. 실외에서 묶어 키우던 강아지라 아무래도 기본적인 검사를 해볼 필요가 있었다. 수의사쌤이 심장사상충 검사를 해볼것을 권유했다. 검사 결과는 안타깝게도 심장사상충이 있어서 치료를 해야한다고 했다. 상태가 심하지는 않아서 치료만 하면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문제는 비용인데.. 이미 식구로 데려왔기에 이제는 감당할 수 밖에 없다. 그 순간 마음속에서는 괜히 데려온건가 싶기도 했지만.. 마음을 다잡고 치료를 잘 받고 건강하고 행복해지면 돈 보다 더 나은 것들이 있으리라 생각하기로 했다. 심장사상충 치료가 끝나면 중성화 수술도 해야 할거 같다. 

이제는 강아지가 치료를 열심히 받고 있고 몸무게도 많이 늘어났다. 어느정도 집에도 익숙해졌고 삼봉이와도 큰 문제없이 지내고 있다. 서로 장난칠 정도로 가까워지지는 않았지만 싸우지 않는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앞으로는 건강하게 오래도록 이 집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어 가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근데 아직 이름을 짓지 못했다. 어떤 이름을 해야할지 고민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