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나는 부모님이 계시는 시골에서 일을 도와드리고 있다.

요즘 부모님은 농사에 관심이 많으신지 지난해부터 땅을 이곳 저곳 구입하시더니 그곳에 옥밤이라는 밤나무를 몽땅 심으셨다. 나는 농사일을 한번도 해본적이 없어 아무것도 모르는데 ㅠ.ㅠ

지난주엔 리어카를 이용해 삽질로 자갈과 흙을 나르는 일을 했다. 덕분에 내 손은 모두 부르트고 온몸은 욱씬욱씬하다.

밭 한쪽에 경운기가 세워져 있어 아버지께 물어보니 얼마전 중고로 저렴하게 구입했다고 한다. -.-;

아버지는 어릴적 경운기 운전을 배우다 다칠뻔 하기도 하고 크게 혼난 경험때문에 트라우마가 있어서 세워두기만 하고 계셨다. 경운기를 그냥 놀리느니 사용하면 훨씬 효율적으로 하겠다 싶어서 경운기를 운전해보자고 했다. 간단한 사용법만 듣고 일단 경운기 운전을 시도해 보았다.

자동차 운전도 하지 않으시는 동네 어르신들도 잘 끌고 다니는 경운기인데 왠지 나도 금방 할 수 있을꺼 같았다.

경운기 시동을 켜고 1단으로 천천히 움직여 보았다.

오호 간다!! ㅋㅋ

자갈이 있는 위치와 옮겨야 할 곳이 꽤 경사가 심한 오르막과 내리막인데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내겐 너무 두렵다.

그래도 해봐야지!!

심한 오르막 경사부터이다. 뒷바퀴 (후륜)를 처음으로 이용해 보았다. 경운기가 힘은 역시 좋다!! 거침없이 올라간다. 그런데 후륜 구동을 해보니 오르막에서 앞바퀴와 속도가 다르다 보니 핸들이 반대로 움직였다. 켁...빠른 속도에서는 굉장히 조심해야할거 같다.

이젠 자갈을 한 가득 싣고 내리막을 가야할 차례이다. 내리막이 꽤 심한 커브인데 조심 조심 살살 내려왔다. 그런데 내리막에서는 핸들이 내가 생각한 방향과 거꾸로 움직인다. 게다가 갑자기 핸들이 확 틀어지니 조심해야 한다. 내리막에 짐을 한 가득 실었으니 조금만 방심하면 또랑으로 곤두박질치거나 뒤집힐수도 있다.

농촌에서 경운기로 꽤 많은 사고가 발생한다는 얘길 들은적이 있다.

조심조심 살살 핸들을 움직여가며 어찌 어찌 목적지까지 잘 도착했다.

몇번 해보니 방향에 대한 요령은 어느정도 알게 되었다. 핸들은 내리막이어서 방향이 바뀐게 아니라 핸들이 위로 치켜 올려졌을때와 내려졌을때 반대로 작동하는거 같다. 결국은 내리막일때 핸들의 방향이 바뀌게 된다고 하는게 맞는말이긴 하다.

어느정도 익숙해 지고 나니 이젠 약간 속도도 올려서 간다. 리어카로 자갈을 옮길때보다 훨씬 많은 양을 싣을 수 있으니 일의 속도가 굉장히 빨라졌다. ㅋㅋ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은 땅에 관을 묻고 배수로를 만드는 것인데 너무 넓어 끝이 보이지 않더니 지금의 속도라면 빠르면 다음주에는 마무리가 될꺼 같다.

게다가 경운기 운전을 배우다니.. 나름 유익하기도 하다. 근데 경운기 운전을 해보니 포크레인 운전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촌에서는 포크레인을 무료로 대여해준다고 하는데 포크레인 면허가 있었으면 포크레인으로 자갈을 퍼서 경운기에 담으면 훨씬 빠르고 쉽게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이러다 귀농하는거 아닌지 모르겠다. -.-;

저속 & 고속 운행도 이제 익숙해졌다. 포장된 도로는 거의 2단 or 3단 고속으로 달리고 비포장 도로는 조금 속도를 줄여서 다니고 있다.

내리막에서는 항상 저속 고속 레버가 제대로 먹혔는지 주의해야한다. 레버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으면 내리막길에서는 엄청 위험하다. 기어가 들어가지 않은 상태와 같아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요즘 농번기라 그런지 경운기 사고가 주변에 많이 발생하고 있다. 얼마전 동네 어느 어르신께서 경운기 운전을 하다가 경운기에 깔려 갈비뼈가 부러지고 손가락이 나무에 끼면서 절단되어 구급차에 실려가셨다. 사고 후에 우리 경운기를 끌고 꼬랑에 빠진 경운기를 꺼내러 가보니 그리 급한 경사는 아닌데 고속에서 바퀴가 진흙에 빠지면서 핸들이 나무 가지쪽으로 순식간에 돌아가 버린 모양이다. 어렵지 않게 경운기를 꺼내긴 했는데 나도 조심해서 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몇주 전에는 부모님과 아침을 먹고 있는데 옆집 할아버지가 오셔서 경운기가 수로에 빠졌다고 와서 양파 좀 옮겨 줄 수 있겠냐고 한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은 모양이다. 가서 보니 경운기 앞부분이 수로에 쳐박힌채로 있었다. 앞바퀴가 완전히 빠져서 트랙터로 들어 올려서 꺼내야 할꺼 같아 보였다. 경운기나 차로 끌어서 꺼내기에는 너무 깊숙히 빠져있다. 동네 다른 분께 부탁해서 트랙터로 경운기는 꺼냈다. 트랙터가 힘은 완전 장사다. 경운기가 장난감처럼 그냥 휙 들어올려지는 걸 보니... 사고를 당한 분들이 경운기 초보들이 아니다. 모두 몇십년간 경운기를 운전한 베테랑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고가 난다. 운전이 단순하다고 우습게 봤다가는 큰일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