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알라딘에 들렀다가 첫페이지에 21주년 배너를 발견했다.

그래서 알라딘과 관련된 나의 오래된 기억들을 꺼내본다.


나의 음반 구입은 2000년대 초반쯤 오디오란 취미에 빠져 와싸다라는 인터넷 오디오 사이트에 중독되면서 시작되었다.

그 당시 클래식 음반에 한참 빠져있던 시기였고 내가 자주 이용하던 음반 구입처는 포노라는 인터넷 음반사이트였다.

한달에 한번씩 주말에는 서초동의 포노 본사 건물 옥상에서 음반 할인 판매나 중고 음반을 판매하는 이벤트를 하기도 해서 음반들을 구입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건 이벤트장에서 엠마 커크비의 PURE 라는 바로크 성악 음반을 구입하고 완전 매료되어 한동안 엠마 커크비의 음반을 모두 구입하겠다는 야심찬 생각도 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후에 엠마커크비의 음반을 꽤 많이 구입했다.

사무실에서는 매일같이 포노의 로고가 박힌 박스로 음반 택배가 왔다. 직장 동료들은 나를 이상하게 생각했을 듯 하다.

음반을 구입하면 포노에서 자체 제작한 샘플 음반을 주기도 했다. 포노에서의 음반 구입 외에도 그것도 모자라 주말이면 쉴틈없이 오프라인 음반점을 열심히 다녔다. 지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지만 강남역 지하 신나라, 코엑스의 에반 레코드, 고속버스터미널의 신나라나 강남의 극장 근처에 있던 음반점들을 주로 갔다. 음반점을 가면 음반을 구입하기도 했지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음악 감상실이 있어서 음반을 구경하기도 하고 한참을 음악을 듣기만 하기도 했다. 또한 음반점에서는 매달 클래식 음반 관련 잡지를 무료 배부하였는데 최신 음반 소개를 접할 수 있어 잡지를 얻을 목적도 한몫 했다.

2006년쯤 애용하던 포노가 망하고 그 당시 서적을 취급하던 알라딘이 포노를 인수하면서 음반 사업을 시작했던걸로 기억한다. 포노가 사라졌다는 슬픔에 다른 인터넷 음반 쇼핑몰을 찾아보았다. 교보나 Yes24 등을 잠시 이용했으나 포노에 너무 익숙해져서인지 이용하기가 불편했다.

내가 그토록 사랑한 포노를 망하게 했다는 생각에 알라딘은 가능하면 이용하지 않으려 했지만.. 얼마 버티지 못하고 2007년부터 알라딘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알라딘은 음반 사업을 함께 하면서 점점 커지는 듯 하더니 2010년경에 종로에 오프라인 중고서점이 생기고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전국적인 서점이 되었고 더불어 가장 큰 도서 구매 사이트가 되었다. 나는 인터넷 음반 구입을 하기도 했지만 오프라인 중고서점이 생기고 부터는 대부분을 알라딘 중고서점을 아주 열심히 이용했다.

2010년 이후에 음반을 구입하는 주요 경로는 새 음반은 알라딘 인터넷 사이트나 오프라인 클래식 음반점인 풍월당, 아름다운 가게였다.

아름다운 가게는 중고 물품들을 기증받아 판매하는 곳인데 음반들도 꽤 많이 판매되기도 했고 음반만 판매하던 매장도 있었다. 아름다운 가게는 음반 뿐만 아니라 다른 중고 물품들도 판매하기도 해서 액자나 엔틱 가구 같은 것들을 구입하기도 했다.


지금 이곳에 온지는 4년 정도 되어간다. 이곳에 오고부터는 거의 음반을 구입하지 않고 있다. 음악 자체를 많이 듣지 않기도 했고 이제부터는 갖고 있는 음반이라도 더 잘 들어보려고 한다. 음반을 보관한 박스에는 구입한 후 아직 들어보지도 못한 음반들이 너무 많다. -.-;


알라딘에 대한 얘기는 어디가고...

알라딘의 21주년 배너를 클릭하니 21년간 알라딘에서의 나의 기록들을 확인 할 수 있다. 한동안 알라딘을 통해 구입한게 별로 없어서 ... 2015년 이후로 거의 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