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전 아버지께서 밭의 배수로 정리를 해야한다며 같이 하자고 하신다. 십년이 넘도록 한번도 배수로를 치우지 않았다고 한다. 켁...ㅠ.ㅠ

배수로에는 흙과 낙엽이 쌓여서 비가 오면 물이 흘러내려가지 못하고 넘쳐서 근처의 흙들이 쓸려내려가고 지난해에는 마침내 어느 한곳에 커다란 구멍이 날 정도로 흙이 쓸려내려가기도 했다. 더이상 그대로 방치할수는 없다고 생각하셨는지 드디어 배수로 정리를 하기로 했다.

일단 배수로에 쌓인 흙들과 낙엽들을 모두 치우고 배수로를 모두 드러내고 파손된 배수로는 교체하고 물이 맨홀로 내려갈 수 있도록 경사지게 놓아 재배치했다.

올해초에 밭의 한켠에 수도를 설치했다. 물이 없어서 이전까지는 큰 다라이에 냇물을 담아 차에 싣고 오기도 하고 경운기의 트레일러에 냇물을 담아와서 펌프로 밭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얼마전부터는 100미터도 넘게 떨어진 아랫마을의 우물에서 물을 뿜어올려 물을 퍼올리기도 했다. 우물은 식수로는 사용할 수 없는 깨끗하지 않은 물이라서 대부분 농사용으로 사용한다. 여름에 비가 오지 않아 가물을때는 아랫마을의 우물의 물을 퍼올리는것도 눈치를 봐야했다. 동네 사람들이 자기네 밭에 물을 줘야 하니 우리가 사용해버리면 자기네 사용할 물이 부족하다고 해서 사용하지 못하고 냇물의 물을 퍼온적도 많다. 원래는 관정을 파서라도 지하수를 퍼올릴까 생각도 해본적이 있지만 외진곳이 아니고 수도관이 멀지 않아 수도를 놓는 비용이 관정을 파는 것에 비해 그리 많이 들지는 않았다. 이제는 수도를 설치해서 물을 걱정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밭의 흙도 많이 쓸려내려가 어떤곳은 푹 파이기도 하고 높기도 하고 엉망진창이다. 얼마전에 로타리를 한번 해서 그나마 흙이 단단하지 않아 삽질하기에는 어렵지 않았다.

흙을 울퉁불퉁하지 않도록 밭의 높은곳은 퍼내고 깊은곳은 흙을 채웠다. 이곳에는 몇년전에는 고구마를 심기도 하고 참깨를 심기도 했었는데.. 올해는 들깨를 심으려고 한다. 다른 작물에 비해 그나마 가장 힘이 덜 들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