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는 조류독감 방역 알바를 하고 있다. 농장으로 진입하는 차량을 통제하고 소독하는 일을 한다. 방역일은 2인 1조로 한명은 소독확인서를 받고 나머지 한명은 차량 소독을 실시한다.

나와 함께 일을 하는 다른 동료?는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20살의 젊은이다. 우리가 배정된 곳은 차량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 아니라서 평소에는 각자의 시간을 보내거나 이런 저런 주변 이야기들을 나누기도 한다. 특히나 아직 사회의 경험이 없어 젊은이들이 관심있어할 만한 대학생활이라든가 전자제품 컴퓨터 스마트폰 게임 등의 주제들로 이야기들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역시 나이 차이는 어쩔수 없나보다. 관심사가 많이 다르다 보니  깊은 대화는 어려웠다. 게다가 나를 많이 불편해하는지 말수가 적기도 했고 자신의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 편이었다.

몇일전 그 젊은이가 자신이 다음날 오후에 어디를 가야해서 다른 사람을 대신 보낸다는 얘기를 꺼냈다. 누구를 대타로 보내냐고 물으니 본인의 동생을 보낸다고 대답한다. .... 그말을 듣고 갑자기 내 머리속이 복잡해졌다. 이래도 되나? 부터 ... 동생을 대타로..?

동생이면 미성년자일텐데.. 아무리 지금의 방역 알바가 자신이 하기에 어렵지 않은 간단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미성년자를 대신 보내서 시간을 채운다는게 내 입장에서는 뭔가 깨림칙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대타를 보내기 보다 차라리 위에 관리자에게 사정을 말하고 자리를 비우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성년자인 동생을 대타로 보내는 것은 안된다고 아주 자세히 설명을 했다. 동생이 아니라 누구라도 대타를 보내는 것은 상급자의 허락을 받아야 가능한 것이지 내가 결정하거나 허락해 주는게 아니라고.. 

그 젊은이에게 무슨일이기에 대타를 세우려고 하느냐고 물으니 입학한 학교의 오리엔테이션을 비대면으로 컴퓨터 영상으로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오리엔테이션은 두시간 정도 진행될 예정이고 집에서 해야 한다고 한다. 영상으로 진행하는거면 지금 있는 곳이 와이파이도 가능하니 노트북으로 사무실에서 하면 되고 노트북이 없으면 내것을 가져다 주겠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노트북으로 사무실에서 하면 되지 않겠냐'는 것은 내 위주의 판단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자유롭지 않은 오리엔테이션이라는 것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오리엔테이션중에는 아무런 방해도 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노트북을 자신이 가져오겠다거나 나에게 빌려달라거나 하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리고는 오리엔테이션 당일날 오후 집에 가야겠다고 통보 하면서 그냥 갔다...

그 일이 있고 계속 그 젊은이는 일을 나오기는 했다. 이틀 후 관리자에게 학교때문에 일을 더이상 못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나는 본인이 아닌 관리자에게 전해 들었다. 바로 그만 둘걸 알고 있었지만 그 젊은이에게는 가능하면 오래 했으면 좋겠다는 말외에는 하지 않았다. 근데 아마 내가 딴지?를 걸어서 기분이 상했나 보다. 그래도 적어도 함께했던 나에게는 그만둔다는 말 정도는 할줄 알았는데 그 조차도 없이 다음날 그만두고 나오지 않았다.

나도 좀 서운하기는 하지만 뭐 내가 꼰대이고 융통성이 부족해서 발생한 일이라 누구를 탓할수도 없다. 내가 남의 일에 참견할 것 없이 혼나건 말건 알아서 하도록 놔두었더라면 이렇게 미움받지는 않았을텐데 라는 후회를 한다. 내 딴에는 잘 알려준다고 열심히 설명한것이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