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곳은 인적이 모여 있는 마을에서 한참 떨어져 있고 이 근처에는 10가구 정도가 모여있다. 그래서 택배차나 고물상외에 다른 외부인은 잘 다니지 않는다. 게다가 지난 몇일동안 계속 눈이 와서 길에 눈도 녹지 않아서 다니기 불편한 상태이다.

오늘 오전에 갑자기 누군가 초인종을 누른다. 초인종 소리가 나거나 인기척이 나면 삼봉이가 득달같이 달려가 짖는다. 갑작스런 소란에 창쪽을 바라보니 누군가 창을 두드린다. 바깥에 나가보니 마을 이장님과 모르는 사람 2명이 함께 왔다.

신년 제사(?) 행사를 한다며 각 집을 돌면서 돈을 걷으러 다닌다고 했다. 매년 구정이 지난 이맘때쯤 오긴 했었다. 지난해에도 그 이전해에도.. 이웃 할아버지가 예전에 한 2만원 정도 주라고 얘기하셔서 그렇게 주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지갑을 찾아보니 지갑 안에 현금이 만원밖에 없다. 어쩔수 없이 그거라도 주었다. 방문객 중에 한명이 옆집에서 돈을 빌려서라도 더 달라는 말을 한다. -_-;

당황스러운 이 소린 뭐지?.. 갑자기 내가 갚야할 빚을 갖고 있는 죄인이 된것 같은 기분이 들고 짜증이 확 났다. 내가 왜 그들의 제사에 돈을 줘야 하는지도 납득이 안가는 마당에 .. 이장이 함께 와 있어 화를 직접 내지는 못하고 가지고 있는 현금이 없다고 한번 더 말을 했더니 나중에 마을 회관에 놀러오라는 말을 남기고 간다. 마을 회관에는 고장난게 있다고 봐달라고 해서 수리하러 두세번 간적이 있긴 하지만 이곳에서 거리가 멀기도 하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할머니들 쉬는공간이라 일부러 찾아갈일은 없었다.

이런 종교행사의 돈을 받으러 다니는 일이 마을 이장으로서의 일은 아닌듯 한데.. 종교단체에서 떡고물을 받기 위해 욕받이를 자처하고 나서는 이장이 한편으로는 이해도 가고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지만 이장을 일년에 단 한번 만나는 건데 가능하면 서로 아무일 없이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년에는 미리 2만원을 준비해 놔야 할듯 ... 

이런 행사를 통해 모인 돈이 얼마이고 어떻게 사용되는지 내역도 전혀 공개되지 않아 모르는데 너무 눈먼돈인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집안에 제사도 모조리 없애는 요즘인데 쓸데없는 마을 제사 같은 행사는 하고 싶은 사람들끼리 돈모아서 했으면 좋겠다.

 

+ 몇일 후 제사 행사가 끝났는지 집들을 돌며 제사 음식을 나눠 돌린다고 검은 봉지를 들고 다시 찾아왔다.

검은 비닐 봉지를 열어보니 떡 2 덩어리와 밤 3개 대추 4개 꽃감 1개가 들어있다. 그냥 아무것도 안주는게 더 나을거 같은데 뭔가 했다는 생색내기 표시를 보여주려는듯 했다.